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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똥 - 권정생

글쓴이 : 나성한인연… 날짜 : 2023-11-05 (일) 04:46 조회 : 55

옹달샘

 

강아지 똥

권정생

돌이네 흰둥이가 골목길 담 밑에 똥을 눴습니다. 그래서 강아지 똥이 태어났습니다. 강아지 똥은 천덕꾸러기가 되었습니다. 참새가 쪼아보고는 더럽다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소달구지 바퀴 자국에서 뒹굴던 흙덩이도 넌 똥 중에서도 제일 더러운 개똥이야!”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외톨이가 된 강아지 똥은 스스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난 더러운 똥인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아무짝에도 쓸 수 없을 텐데...”

봄비가 내리던 날, 파란 민들레 싹이 돋아났습니다. 민들레가 예쁜 꽃을 피울 거라는 말을 듣고 강아지 똥은 부러워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강아지 똥은, 민들레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거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강아지 똥이 민들레의 거름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민들레는 이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민들레가 도움을 요청하자 강아지 똥은 너무 기뻐서 민들레 싹을 힘껏 껴안아 버렸습니다. 사흘 동안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강아지 똥은 자디잘게 부서져 땅속으로 스며들어가 민들레 뿌리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줄기를 타고 올라가 꽃봉오리를 맺었습니다.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 싹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향긋한 꽃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어요.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 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어요.